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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상상의 책 위에 씌어진 2009/11/04
  2. 텅 빈 제스처 2009/09/06

상상의 책 위에 씌어진

from perhaps 2009/11/04 01:15

방대한 양의 책을 쓴다는 것은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는 정신나간 짓이다. 단 몇 분에 걸쳐 말로 완벽하게 표현해 보일 수 있는 어떤 생각을 500여 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어뜨리는 짓. 보다 나은 방법은 이미 그러한 생각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하나의 코멘트, 즉 그것들의 요약을 제시하는 척하는 것이다.






+ 그런데, '단 몇 분에 걸쳐 말로 완벽하게 표현해 보일 수 있는 어떤 생각을 500여 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어뜨리는 짓'도 재밌을 것 같다.






2009/11/04 01:15 2009/11/04 01:15

텅 빈 제스처

from perhaps 2009/09/06 23:58

망각과 무관심 때문에 단순화되어 있는 '돈키호테'에 대한 나의 개략적인 기억은 마치 아직 씌어지기 전의 어떤 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와 같은 거라 할 수 있지. 일단 그러한 이미지(아무도 상식의 차원에서 부정할 수 없는)가 형성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세르반테스가 가졌던 문제보다 훨씬 어렵다는 게 명백해지지. 그 순종적인 나의 선구자는 우연과의 협동을 거부하지 않았지. 그는 언어와 발명의 관성에 끌려 약간 되는 대로 그 불멸의 작품을 작성해 나갔던 거지. 나는 그의 그 우발적인 작품을 문자 그대로 재작성하겠다는 신비로운 책무를 떠맡게 된 거지. 나의 이 고독한 놀이는 두 개의 극단적으로 상반된 법칙에 의해 좌우되지. 첫번째 법칙은 나로 하여금 형식적 또는 심리적 전형의 다양성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게 되네. 두번째 법칙은, <원>텍스트를 위해 그러한 다양성들을 버리고, 전혀 반박의 여지없이 그러한 폐기를 합당한 것이라고 견지하게끔 만들어주지.......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의 장벽에 또 다른-보다 원초적인-장벽이 하나 더 있다네. 17세기 초에 '돈키호테'를 쓴다는 것은 근거가 있었고, 불가피했고, 그리고 거의 운명적인 일이었다고 말할 수가 있겠지. 그러나 20세기 초에는 사정이 다르지. 극단적이리만치 아주 복잡한 사건들로 가득 찬 300년이란 세월이 그냥 헛되이 흘러간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말이네. 그러니까 그 사건들 중 단 하나만 언급한다 해도 그것은 곧바로 '돈키호테' 그 자체가 돼버리니까 말이네.



<삐에르 메나르, '돈키호테'의 저자> 중에서.







2009/09/06 23:58 2009/09/06 23:58